Terentius Rute harnu
테렌티우스 R. 하르누
MALE · 147m · 36kg
PURE BLOOD · 1939.12.09
버드나무 목재·유니콘의 털·32.5cm
지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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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무던한, 자칫하면 무심한]
“그렇습니까, 기분을 여쭤보아도 괜찮을까요."
어린 나이였지만 평정의 틀을 유지함에 있어서만큼은 성인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었다. 학습된 듯한 견고한 표정은 웬만한 일로는 무너지지 않았으며, 그러한 대처와 함께 습관처럼 따라붙는 반 존대는 자칫 무심한 인상을 풍기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몇 마디를 나눈 후 인상을 굳힐 즈음 꼬리말마냥 따라붙을 한두 마디-대개 우려와 당신을 살피는 듯한-에 귀 기울인다면, 정작 진심은 그쪽에 치우쳐져 있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진솔]
"힘들다는데 걸겠습니다. 다른 방법을 찾아볼까요."
'말해버리고 마는 테리'. 종종 그의 누이가 질색하며 내뱉곤 하던 문장에 걸맞은 화법이었다. 생각한 것을 곧이곧대로 내뱉는 말버릇은 사교활동에 썩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는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타인을 살피는 관찰력-눈치를 포함한-의 준수함은 그 성정과 최악의 궁합을 자랑했다. 이를테면 상세히 뜯어본 상황에 대한 감상을 구태여 내뱉어 상대의 속을 벅벅 긁어놓는 식이었다. 정작 본인은 자신의 솔직함을 일련의 장점으로까지 받아들이고 있는 듯했지만, 좁디좁은 친구 관계를 보고 있노라면 주변의 평판은 영 그렇지 못한 모양. 그나마 배려는 지능의 문제라고 하였던가. 그간 굴려온 머리 덕분인지 타인의 선을 건드리는 법은 없었으나 지나치게 직관적이라는 인상을 피하기엔 어려웠다.
입학할 즈음 또래의 친구들을 겪게 되며 자신을 되돌아보기 시작한 것인지 조금의 변화가 있기야 했다. 그나마도 툭 뱉어버린 후 뒤늦게 수습하는 몇 마디를 덧붙이는 식이었지만, 연이어 답지 않게 내보이는 낭패 가득한 표정은 나름대로 애쓴-그러나 닿지 못했을- 노력의 부산물이었다.
[강박적인 완벽주의, 노력파]
“아무리 그래도 여기까지는 해야 합니다. 먼저 들어가세요.”
입학한 이후, 테렌티우스에게 “무엇을 해야만 한다”는 말버릇이 새로이 생긴 것은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작은 변화였다. 특유의 고집과 맞물려 그는 곧잘 얽매인듯한 행동을 내비치곤 했다. 완벽하기 위해 오히려 서툴러지는 강박 담긴 행동들은 모두 하나같이 자신을 향한 것들로, 흔히 일컬어지는 '우수한 학생'이 되고자 함이었다. 가정 교육의 영향이라기엔 글쎄, 온화하기 그지없던 그의 부모와 안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지만 빛나는 부모의 명성 아래 유달리 잘하는 것 없는 평범한 아이라는 사실이 본인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에 입학한 이래, 그는 반절 이상의 과목에서 익숙해지기 위해 남들의 몇 배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그러나 한 번 붙잡은 것은 모자랄지언정 끝까지 해내야 성이 풀렸고, 무슨 일이 있어도 도중에 손을 놓는 일은 없었다. 선천적인 재능에게 선택받지 못한 그의 성과 중 대다수는 아마 오롯한 노력의 결실일 것.
기타사항
[Harnu] 마법약 제조에 식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은 들어보았을 법한 이름. 가문의 이름을 따 그대로 상호로 이용하고 있다. 제법 큰 자산과 영향력을 보유한 회사이나, 지금의 테렌티우스와는 관련 없는 이야기. 대대로 순수혈통을 유지하며 혈통 우월주의를 중시하던 본 가문과 달리 중립에 가까운 태도를 고수하던 하르누 부부가 스큅인 장녀를 출산하였다는 것은 공공연한 소문이었다. 자업자득이라는 뭇사람들의 조롱과 함께 이어진 가문과의 완전한 의절은 그들이 딸을 받아들였으리란 소문을 더욱 공고히 굳혀주었고, 소문은 5년 뒤 태어난 테렌티우스의 곁에서도 늘 맴돌았으나 정작 그는 개의치 않는 듯하다.
[손]
현재는 주춤하였으나, 하르누 부부는 넓은 분야의 마법 약 제조에 탁월하여 빠른 기세로 입지를 다지고 있었다. 옷에 배여 사그라들 새 없는 약초 향과 자잘한 상처가 가득한 맨손은 그가 부모에게서 무엇을 본받고 싶었는가에 대한 대답일 것.
학업에 있어서는 늘 평균 이상의 노력을 동반해야 했던 그에게도, 약초학만큼은 제 손안의 분야였다.
[애완동물] 입학과 동시에 선물 받은 연갈 빛의 작은 아기토끼. 이름은 모모. 만난 지 오래되지 않아 다루기 어려워하는 듯하지만, 애지중지하는 것은 한 눈에도 알 수 있다.
[습관] 나이에 비해 명확한 호를 지녔으며 그에 대한 대화에서는 아이답게 들뜨는 모습을 보였다. 돌연 장갑으로 가린 양손을 깍지끼어 보이거나 제 턱을 매만지며 대화를 쉬어가는 것은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할 때와는 퍽 대조되는, 불호를 입에 담게 되었을 때의 습관. 피곤할 때면 더욱 잦아지곤 했으나 정작 본인은 자각이 없다. 어느 쪽이 먼저랄 것도 없이 일정 관리에 젬병이었고 늘 바빴다. 이는 건강과도 직결되어 매번 가벼운 잔병치레를 앓게 했으며, 드물게 비집고 들어온 자투리 시간은 금방 그를 어디서나 까무룩 잠에 빠지게 만들었다. 수업시간에 졸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정신력은 되려 역효과를 낳아, 이런 생활을 고치지 않고 영위해나가는 고집에 한몫하는 중.